진도의 맑은 자연 속에 자리한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인 소치(小痴) 허련 선생이 말년에 머물며 그림을 그리던 화실의 당호입니다. 첨찰산을 지붕 삼아 사방으로 봉우리들이 어우러진 깊은 골짜기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마치 구름 숲을 이룬다 하여 '운림산방'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옛 화실을 넘어, 진도 남화의 역사를 품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소치 허련의 삶과 예술
소치 허련은 1809년 진도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28세에 해남 대흥사 일지암의 초의 선사에게 가르침을 받고, 그의 소개로 상경하여 추사 김정희에게 본격적으로 서화 수업을 받았습니다. 스승의 가르침 아래 남화의 대가로 성장한 그는 왕실의 그림을 그리는 등 여러 관직을 지내기도 했으나,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후 고향인 진도로 돌아와 운림산방을 짓고 오직 그림에만 몰두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전시 공간
운림산방의 아름다움은 자연과 인공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에서 비롯됩니다.
운치 있는 연못: 운림산방 앞에는 오각형의 연못이 있으며, 연못 가운데의 작은 원형 섬에는 배롱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운치를 더합니다.
전시 공간: ‘ㄷ’자 기와집인 운림산방 화실에는 소치 허련을 비롯한 허씨 집안 3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새로 지어진 소치기념관에는 허련 3대의 작품과 수석, 도자기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그의 예술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운림산방은 1982년 소치 허련의 증손인 동생 허건 화백에 의해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진도읍에서 첨찰산 방면으로 내려오면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